출처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11/06/9414343.html?cloc=nnc


정보기술(IT) 업체에 근무하는 이형주(44)씨는 올 9월 ‘갤럭시3가 17만원’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회사 근처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 판매원은 “당연히 그 가격으로 드린다”며 “24개월 약정으로 6만2000원 요금제를 쓰면 단말기 값으로 월 7000원씩만 추가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대로 스마트폰을 산 것일까? 아니다. 약정할인을 단말기 값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6만2000원 요금제로 24개월 약정을 하면 통신사는 월 1만6000원의 요금을 할인해준다. 결국 이씨는 38만4000원(1만6000원×24개월)과 17만원을 합쳐 단말기 값으로 55만4000원을 내는 셈이다. 출고가인 99만원보다는 싸지만 원하는 만큼 저렴한 것은 아니다. 이씨가 제대로 샀다면 매월 통신요금 4만6000원과 단말기 할부금 7000원 등 5만3000원(세금은 별도)만 내면 되는데 6만9000원을 부담하게 됐다.

 이처럼 고가 단말기와 함께 통신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은 약정과 결합한 정액요금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 명의 91.7%는 정액요금제를 이용한다. 이들은 대부분 약정할인을 받게 된다. 취재팀이 서울 강남역·용산 등의 판매점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판매원이 90만원짜리 단말기를 꺼내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LTE62요금제 쓰시면 38만원, LTE72요금제는 43만원 할인해 드리니 단말기 값 절반만 내시면 된다”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 일부 판매원은 보급형 단말기를 보여주며 “정액요금제만 쓰면 단말기는 공짜”라고 권하기도 했다. 비싼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효과다.

 


 약정할인은 요금 인상을 숨기는 ‘커튼 효과’도 있다. 이통 3사의 LTE 정액요금제는 3G와 요금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3G용 5만4000원 요금제는 음성통화 300분을 주는 반면, LTE용 5만2000원 요금제는 250분으로 줄였다. 약정할인을 적용하면 더 차이가 난다. 3G 요금제를 쓸 때보다 LTE에 적용하는 할인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음성통화 1분당 요금으로 나눠보니 3G에서는 1분에 121원, LTE에서는 154원으로 27%나 올랐다. 약정할인금을 줄이는 식으로 LTE 요금이 비싸지 않은 것처럼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진 LTE는 기존 3G와 전혀 다른 서비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지만, 퀄리티가 다른데 같은 요금을 적용하라면 통신사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액요금제는 구성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 음성과 데이터 양을 통신사 편의대로 묶어놓은 것이라 필요 이상의 요금을 내게 된다. SK텔레콤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3G에서 1.09기가바이트(GB), LTE에서 1.75GB다. 애니팡 게임을 하루 1시간(월 163MB) 즐기고 짧은 동영상을 보고, e-메일·웹검색·카카오톡을 사용하면 이 정도를 쓰게 된다. 그런데 이통 3사의 3G요금제에는 1GB 요금제가 없어 무제한요금제를 써야 한다. LTE는 요금제에 따라 음성과 데이터 양을 ‘180분에 1.1GB’ ‘350분에 5GB’ ‘600분에 13GB’ 같은 식으로 조합했다. 음성통화나 데이터 중 어느 한쪽만 많이 쓰는 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상위 요금제를 골라야 한다.

 올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희정(새누리당) 의원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매월 115분의 음성통화와 201건의 문자메시지가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쓰지도 않은 요금 1만6000원을 내는 셈이다. 이통 3사에는 ‘맞춤형 요금제’도 있다. 음성·문자·데이터를 각각 분리해 고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데이터 최대 제공량은 2GB로 제한해 놓아 이보다 더 쓰려면 1GB에 5만2000원을 내야 한다. SKT의 경우 월 1GB에 1만5000원, 2GB에 1만9000원을 내는 별도의 데이터 정액제도 있다. 그런데 선불폰과 LTE 단말기에서는 가입할 수 없다.

 이같이 비싼 정액요금제를 선택하게 한 뒤 할인해주는 방식에서 또 하나의 제약이 생겼다. SKT가 이번 달부터 ‘위약금3’를 도입한 것이다. KT도 다음 달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 그동안 받은 약정 할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놓아야 하는 제도다. SKT 관계자는 “버라이즌 같은 해외 통신사도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통신사의 위약금은 이제껏 받은 할인을 ‘토해 내는’ 식이 아니라 사용기간이 늘수록 부담이 줄어든다. 버라이즌은 2년 약정 시 요금 종류와 관계없이 스마트폰은 350달러, 피처폰은 175달러의 해지 위약금을 책정한다. 1개월 사용할 때마다 여기서 10달러씩 차감돼 쓸수록 위약금이 줄어든다. LTE 스마트폰을 월 10만원 요금제로 2년 약정 가입해 23개월간 사용하고 해지할 경우 무는 위약금은 국내 이통사에서는 21만원, 버라이즌에서는 10만원이다.


◆위약금3=약정 기간을 채우지 않고 해지할 경우 할인받은 금액의 37~100%를 반환하는 제도. 24개월 약정 가입자가 12개월 사용하고 해지할 경우 그때까지 적용받은 할인금액의 80%를 내야 하고, 20개월 사용해도 52%를 내야 한다. 원래 위약금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폰 단말기에 붙이는 제도였다. 수십만원의 위약금을 책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차감하는 방식이어서 중간에 해지할 경우 남은 위약금만 내면 된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할부원금이 낮은 단말기를 몇 달만 쓰고 해지하는 경우가 생기자 이통사들은 지난해부터 위약금2라는 명칭으로 스마트폰에도 5만~10만원의 위약금을 붙였다. 이번에 도입한 위약금3는 쓸수록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존 위약금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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